김천이 다시 한번 중요한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전국의 혁신도시마다 유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김천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공공기관 이전을 단순히 기관 몇 곳을 더 가져오는 지역 간 경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어떤 기관을 어디에 두는 것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산업을 키우는 데 가장 효율적인가라는 국가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김천이 가진 강점은 분명하다. 김천혁신도시에는 이미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대한민국 도로·교통 분야를 대표하는 공공기관이 자리하고 있다. 김천구미 KTX역도 혁신도시와 맞닿아 있다. 김천은 오래전부터 영남과 중부권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였고, 지금은 도로와 철도, 자동차를 아우르는 교통산업의 기반을 하나씩 갖춰가고 있다.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남부내륙철도다. 김천에서 출발해 경남 서부권을 거쳐 거제까지 이어지는 남부내륙철도는 단순한 철도 노선 하나가 아니다. 수도권과 경북, 서부경남, 남해안을 연결하면서 국토의 새로운 교통축을 만드는 국가기간망이다. 그 출발점에 김천이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김천이 가져갈 도시 정체성을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여기에 김천이 육성해 온 자동차 튜닝산업까지 연결해 보자. 도로와 철도, 자동차, 교통안전, 미래 모빌리티가 한 도시에서 서로 연계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곳은 흔치 않다. 그래서 제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도 김천은 백화점식으로 여러 기관을 요구하기보다 교통산업이라는 분명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 교통·철도 연구개발 분야의 기관이 김천에 추가로 자리한다면 기존 한국도로공사·한국교통안전공단과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와 정책, 안전과 실증, 도로와 철도가 하나의 공간에서 연결되는 것이다.이는 김천에 공공기관 하나를 더 가져오자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천을 대한민국 교통산업의 연구·기술·안전·실증을 연결하는 국가적 플랫폼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필자는 선진국의 여러 도시를 보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느껴왔다. 세계적인 도시와 명품 산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도시가 가진 역사와 산업, 사람과 이야기가 축적되고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세계가 기억하는 브랜드가 된다.AI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그 지역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진짜 이야기와 서사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김천도 마찬가지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교통의 요충지라는 역사, KTX 김천구미역,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 튜닝산업, 그리고 남부내륙철도를 각각 따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야 한다.‘길이 모이는 김천에서 대한민국 미래 교통이 시작된다.’이 정도의 담대한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배낙호 김천시장이 이끄는 시정 역시 김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결국 시장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행정만으로 완성할 수도 없다. 김천시민은 물론 고향을 떠나 전국 각지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출향인까지 뜻을 모아야 한다. 고향 김천이 다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특히 공공기관 이전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지역 간 나눠 갖기의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산업과 기관의 연계성, 국가균형발전 효과, 교통 접근성, 미래 성장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 가장 효율적인 곳에 배치해야 한다.그런 원칙에서 본다면 김천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1차 공공기관 이전이 혁신도시라는 씨앗을 심은 일이었다면, 2차 이전은 그 씨앗을 산업 생태계로 완성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미 교통 관련 핵심 기관이 자리한 김천에 철도와 국토교통 연구기관을 연계하는 것은 국가 자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정부에도 보다 큰 결단을 기대한다. 공공기관 이전을 단순한 지역 배분으로 끝내지 말고 대한민국의 향후 30년, 50년을 내다보는 산업 재배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과감하게 기능을 집적하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전문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김천 역시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때가 됐다.도로가 있고 철도가 있으며 교통안전 기관이 있고 자동차 튜닝산업이 성장하는 도시. 남부내륙철도가 시작되고 대한민국 곳곳으로 길이 뻗어가는 도시.그 위에 철도 연구와 미래 모빌리티 기능까지 더해진다면 김천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배낙호 시장과 김천시민, 그리고 전국의 출향인들이 품고 있는 김천 발전의 바람을 정부도 깊이 살펴주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어느 한 도시를 위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김천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김천에 모으고, 그것을 대한민국의 경쟁력으로 키우자는 것이다.제2차 공공기관 이전이 그 담대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김천을 바라보며 ‘교통산업의 도시’를 떠올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김교수|경남연합일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