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을 견뎌온솜털 보송보송한 할미 족두리 쓰고 초례청에 붉게 나섰다꼼지락 꼼지락 버선코 뚫어져라 고개 떨군다낯선 사내의 이목구비가 궁금했지만부끄러워 쳐다볼 수 없었고포개진 꽃잎처럼열일곱의 봄이허리 한 번 펴보지 못하고 늙어버렸다세월은 그렇게 흘렀고꽃잎 벗고 무게를 들어낸푸석한 백발의 할미는 고개 들고 내가 이렇게 살았노라고하고픈 말 다하지 못하고체머리 흔들며 훨훨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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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6-10-22 21: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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