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출신 신휘 시인과 유건상 조각가의 공동 작품집 ‘추파를 던지다’(학이사)가 발간됐다. 신휘 시인의 시 43편과 유건상 조각가의 조각 40점이 작업하는 사진과 함께 수록된 ‘추파를 던지다’는 시와 조각이라는 이차원과 삼차원 두 세계를 결합시킨 이색적인 책이다. 세상에 태어나 내가 할 것이라곤 사랑뿐이어서요/ 오늘도 여기저기 추파를 던져봅니다/ 그 추파 가끔 눈 맞으면 열병도 앓고/ 헤어지면 서운함에 치 떨며/ 울기도 하였지요// 어찌 저 고운 것들을 놔둔 채 나 잠들 수 있을까요/ 내 앞에 남겨진 생들이 벼랑처럼 아파서/ 가끔은 신열을 앓듯 젖기도 하지만// 열 번 아니 만번을 생각한다 해도 내가 세상에 태어나 할 거라곤/ 사랑뿐이어서요/ 아무리 던져도 받아줄 리 없는 빈 사랑뿐이어서요/ 오늘도 여기저기 편지를 쓰듯 나를 던져봅니다/ 더는 반겨줄 주소도, 소인도 없는 표제 시 ‘추파를 던졌다’ 전문이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추천사는 박기영 시인이 썼다. “조각에서 시를 발견하는 순간은 의외로 많다. 자코메티의 세계는 잘 발골된 언어의 탑 같은 공간을 만들어 내고 로댕의 미끈한 질감에서 발견되는 에로티시즘의 울퉁불퉁한 입체감이 사람을 생의 욕망 안으로 끌어당긴다. 그와 반대로 시에서 조각의 입체감으로 우리를 이끌고 가는 것들도 수없이 많다. 김춘수의 ‘꽃’ 같은 경우는 허공에 단어가 새겨짐으로써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조형이 사람들 가슴에 각인되는 것을 경험시킨다. 언어로 상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조각도를 휘둘러 사람들 마음에 존재를 구축해내는 힘을 발휘한다.” 박기영 시인의 ‘시와 조각의 진흙더미’ 제목의 추천사 일부분이다.
김천 출신으로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5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한 신휘 시인은 2019년 ‘녹색평론’에 시 ‘당산마루에 소쩍새 우는 날’ 등 발표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고향 아포에서 포도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있는 신휘 시인은 그동안 ‘운주사에 가고 싶다’, ‘꽃이라는 말이 있다’ 등 시집을 발간했다.
김천 출신으로 홍익대 미술대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유건상 조각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독도문화종합예술제 대상 등을 수상했다.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건상 조각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조각분과 심사위원장, 경상북도미술대전 운영‧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수십 회에 걸쳐 개인 초대전, 단체전 등을 열었다.
경북문화재단에서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아 발간된 119쪽 분량의 시가 품은 조각, 조각이 품은 시 ‘추파를 던지다’는 올컬러이며 책값은 1만2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