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어도 먹고 싶은 걸 못 사 먹어 우는 중장년의 마음을 키오스크가 어찌 알겠는가.어느 SNS에 키오스크 사용을 하지 못해 햄버거를 못 사 먹어서 울었다는 그 어머니와 동병상련으로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동네 공원 가는 길목에 카페가 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외에 키오스크를 설치하여 포장구매로만 판매했다. 프랜차이즈 카페지만 아메리카노를 다른 카페보다 저렴하게 판매하여 늘 손님이 많다. 마스크를 살 때처럼 줄을 서야 할 때가 있다. 키오스크가 설치된 햄버거나 아이스크림 커피를 살 때면 함께 사는 딸이 꼭 동행하여 내가 키오스크를 조작할 일이 없었다. 스산한 날씨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딸이 생각나 커피 한 잔 사다 주려고 키오스크 앞에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되어 키오스크 앞에 섰는데 써보지 않던 기계라 잔뜩 위축되었다. 내 눈높이보다 높은 곳에 설치된 키오스크 화면이 햇빛에 반사되니 글자가 잘 안 보였다. 더듬거리며 뜨거운 커피를 선택하자 내 뒤에 줄 섰던 젊은이가 팔을 쭉 뻗어 콕. 콕. 콕 순식간에 주문을 끝내고 나보고 카드를 끼우라고 했다.재빨리 카드를 끼웠다 빼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남의 주문을 낚아채 대신했을까 마는 내 속마음은 고맙지만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주고 옆에서 가르쳐주면 중장년들도 마음 졸이지 않고 커피를 사 마실 수 있는데 열 번 사면 한 잔 공짜로 주는 포인터 적립을 해야 하는데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아니오’를 콕 누르고 내 주문을 끝내버렸다. 나이 든 아주머니가 더듬거리니 젊은이 딴에는 도와줬다고 생각했을 텐데 세상의 틈바구니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다음 날은 함께 공원 산책을 끝낸 딸을 곁에 세워놓고 자초지종 있었던 일을 설명 해주고 엄마가 잘하는지 지켜보라고 했다. 궁지에 몰리면 구원해 줄 딸이 뒷배로 있으니 마음이 한결 든든하고 여유로웠다. 여러 종류의 커피를 읽어 보느라 시간이 지체되자 뒷사람에게 눈치가 보여 딸년도 답답해 속이 터지는지 기다려주지 않고 “엄마, 이쪽 누르고 저쪽 누르고 포인터 적립용 전화번호 입력하고 ‘예’ 누르고 카드 넣고” 키오스크 화면에 가득 뜨는 글자들을 읽어 볼 새도 없이 스크린이 휙휙 넘어가고 순식간에 주문을 끝내니 영수증이 쪼르륵 나왔다. 문제는 내가 했지만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나도 청보리 같은 시절이 있었고 청보리밭을 타고 넘는 바람처럼 빠를 때가 있었건만 어쩌다가 보니 나이는 먹었고 노인의 반열에 올라 이다지도 서러울까. 눈은 어두워지고 몸뚱어리 퇴행하니 돈이 있어도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거나 못 사 먹는 신세가 되었어라.이넘의 기계가 뭣이라고 사용 안 하면 그만이지 하고 외면하고 살고 싶지만 너무나 많은 기계가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다. 기계는 자꾸만 진화하고 나는 늙어지고 우리 학교 때는 배우지 않았던 컴퓨터를 자식들 어깨너머로 배워 겨우 이메일 만들어 메일 주고받을 정도가 되니 휴대전화, 폰뱅킹, 카카오택시 가전제품의 스마트화, 제각각이 다른 다양한 식음료 키오스크, 큐아르 코드 등등.포인터 적립도 해야 하고 카드할인도 받아야 하고 어떤 날은 텔레비전 켜기도 어렵다. 리모컨의 모든 단추를 눌러대며 껐다 켰다를 반복해야 텔레비전 화면이 나올 때가 있다. 자주 사용하는 에어프라이기는 삼 년이 지났지만, 온도를 제대로 못 맞추어서 음식이 타거나 혹은 설익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반복 학습만이 나를 이 세상 문명 속에서 밀려나지 않게 하리니 키오스크 커피 주문하기 세 번째, 때마침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이틀 동안 배운 실력으로 톡. 톡. 톡 막힘없이 포인터까지 적립하고 영수증이 쪼르륵 나왔다.누구 눈치 안 보고 쫄지 않고 혼자 커피 사기 성공!!!속으로 만세 삼창을 외치고 그것도 모자라 응원가 야야~ 야 야 야~  콧노래를 부르며 어깨가 으쓱 발걸음이 힘차다.
최종편집: 2025-05-09 20: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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