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열린 창이다.제법 서늘한 바람이 들어와도 모든 감각이 창밖을 향해있어 창문을 닫을 수 없다.귀뚜라미가 목 놓아 울기 때문이다. 까닭은 모르나 그 울음이 그저 정겹다. 어쩌면 유년 시절의 그 어떤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여름은 뜨거운 채 매미 울음과 공존하며 뜨겁게 살아야 하고 풀벌레 우는 가을이면 옷깃을 여미며 찬 계절을 준비하면 된다. 자연을 거스를 수 없기에 그들이 가는 걸음에 발맞춰 걸어갈 뿐이다. 살수록 알겠다. 삶의 해답이 자연에 있음을. 시(詩)와 함께 하며 알아간다. 시를 짓는 일은 삶과 자연 그들의 같은 이치를 꿰뚫어 보는 일임을. 알고 보면 우리가 찾아 헤매는 삶의 이치가 늘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일찍 깨닫는 자만이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고나 할까? 하지만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배우면서도 잊어버리고 알면서도 완벽히 행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늘 새롭게 눈을 뜨며 깨달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처럼 우리 스스로 알아채며 깨달은 순간 행동이 바뀌고 삶이 바뀌어야 한다.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면 모른 것만 못하지 않을까? 그 이치를 알아갈수록 삶의 책임감이 더해진다. 책임감이 더해질수록 하루가 헛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짚다 보니 우리네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비유하게 되는 까닭도 선명해진다. 그렇다면 계절을 보면서도 배우면 될 일이다.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거기에 끝은 없다. 돌고 돌 뿐이다. 또 계절마다 고비가 있다. 꽃샘추위, 태풍, 홍수, 서리, 한파, 폭설… … 그저 쉽게 가는 길은 없다. 힘겨운 고비가 있고 그것을 넘기며 또 시간은 흐른다. 이겨나가려는 노력과 함께 했기에 이토록 세상이 이어져 왔으리라. 삶의 난관에 부딪힐 때면 자연이라는 경전을 펼쳐 볼 일이다. 늘 가까이에 또 늘 곁에 살아 숨 쉬는 책, 펼쳐보는 자만이 주인이다. 알아채고 따르는 자만이 이 삶의 올바른 경영자가 되리라 감히 생각한다. 자연이 앓기에 우리가 앓는 것임을 깨닫는 나날이다. 그의 아픔과 나의 아픔이 다르지 않음을 아는 나날이다. 더 깊은 사색에 잠기고 싶은 날은 고향의 직지사로 간다. 물소리를 따라 걸으며 귀를 연다. 온 마음을 기울이며 길을 찾는다. 직지사에 들어서면 맞이해주는 꽃무릇 정원. 이제 꽃무릇이 피어나길 기다리며 빈 마음을 준비해야겠다. 그들의 운율을 담기 위해.
최종편집: 2025-05-10 03: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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