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영 시조집 ‘뭍으로 눕는 길’(묵언예원)이 발간됐다.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시 등단, 2005년 중앙일보 중앙시조문학상 시조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수영 시인의 ‘뭍으로 눕는 길’에는 ‘바다 이력서’, ‘수목원 일기’, ‘깃들다’, ‘물처럼’ 등 67편의 시조작품이 4부로 나눠 편집됐다.
겨우내 발 오그린 새싹이 고개 내밀 때/ 지난 해 날아간 깃 푸른 새 돌아올 때/ 바닷가 길들이 모두 뭍을 향해 눕는다이번 시조집 제목으로 따온 단시조‘봄볕 2’ 전문이다.
겨우내 얼었던 대지 위에 “발 오그린 새싹”을 고개 내밀게 하고 “지난해 날아간 깃 푸른 새 돌아”오게 하는 힘은 봄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만물을 소생하게 만드는 그 봄을 끌어내는 힘은 “봄볕‘이다. 평범한 소재에다 평범한 이치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시조로서의 성과로 이끈 대목은 역시 종장이다. “바닷가 길들이 모두 뭍을 향해 눕는다”는 관찰력이 이끄는 포괄적 은유가 놀랍다. 봄이 와서 새싹이 고개 내밀고 떠났던 새들이 돌아오는데 왜 바닷가 길들이 “뭍을 향해 눕는”가. 이 상황을 좀 더 엄밀히 분석하면 육지의 길들이 바다로 나가기 위해 길들을 여는 것이 이치에 맞다. 해수욕도 나갈 것이고 고기잡이도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갈망, 즉 유위(有爲)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바다라는 자연의 존재와 질서를 눈여겨보았다. 그리고 봄과 바다의 절묘한 조응을 만날 수 있었다.
시조집 해설은 민병도 시인이 썼다. 민병도 시인은 ‘자아의 재발견, 혹은 시조와 자유시의 은밀한 접점’ 제목의 해설을 통해 “문수영 시인이 지금까지 발간한 세 권의 시조집과 이번 시조집을 일별하면서 가진 느낌은 시조의 형식에서 민족이 선택한 전통적 질서를 근간으로 하고 자유시의 다양하고 분석적이며 문명 비판적인 현대인의 정서를 담아 보려는 일관된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소개하고 “내용의 핵심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민족의 전통과 집중한 시조에다 자의식의 확산과다양한 이미지를 중첩하는 탐구가 여일했기 때문인데 이는 문수영 시조의 미덕이자 차별점”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문수영은 ‘시인의 말’을 이렇게 썼다. “시조라는 산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또 하나의 봉우리를 넘는다. 서두르지 말고 꾸물대지도 말고 사계절의 정취를 만끽하며 펼쳐진 경치를 즐기며 더 걸어야겠다.”
김천에서 태어나 현재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는 문수영 시인은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와 고려대 인문정보대학원 문학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시조집 ‘푸른 그늘’, ‘먼지의 행로’, ‘화음’과 현대시조 100인선 ‘눈뜨는 봄’을 발간했다. 연언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수영 시인은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지원받았다.
116쪽 분량의 문수영 시조집 ‘뭍으로 눕는 길’은 시조21 시선 30으로 발간됐으며 책값은 8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