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올림픽을 한 달 앞둔 지금 ‘코로나’라는 암초를 만나 세계 각국이 참가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 시끄럽다. 특히 이 와중에서 일본 당국의 올림픽 홍보 책자에 독도를 마치 자기 영토인 양 표기한데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 불참까지 고려하고 있다.
언어와 문화 등 거의 모든 것이 각기 다른 200여 나라의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과 친선을 도모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축제의 마당이 되어야 함에도 일본 당국은 비열하고도 얄팍한 정치적 꼼수를 드러내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이미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여 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남녀 양궁, 태권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고 마라톤, 복싱, 유도, 레슬링, 야구 등에도 상당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와 황영조 두 선수가 영광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양정모 선수를 필두로 많은 이들이 금메달을 획득, 국위를 떨쳤으니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모든 운동 경기에는 등위가 따르기 마련인데 조국의 명예를 걸고 싸워 승리한 선수의 금메달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영광스런 표상이기도 하다. 메달을 딴 본인은 물론 국가와 국민 전체의 자랑이요 영광스런 일로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일등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황소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만큼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조그마한 마을에서도 일등하기 어려운데 도시도 아니고 국가도 아닌, 세계에서 일등 한다는 것은 정말 계산이 안 나온다. 그래서 국가에서도 메달을 딴 이들에게 스포츠 영웅 칭호를 부여하고 그에 부응하는 융성한 보상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처사라 본다.
한편 그동안 피땀 흘려가면서 고생했음에도 금메달 저편에서 대부분의 나머지 선수들이 노메달의 한을 눈물로 애써 달래고 있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운동경기에만 메달이 있는 것만 아니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등위가 나온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일등도 있고 꼴찌도 있기 마련이다. 노력의 결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세상의 것을 온통 내 것으로 여길 만큼 기뻐하는 이도 있고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시련과 고통이 찾아와 이를 서러워하는 이도 있다. 그래서 인생살이를 ‘인간만사(人間萬事)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여 이 말에 위로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안방에 오고 가고 있는데 금메달을 따서 당선되면 그야말로 온 천하를 얻은 기분으로 환호와 박수의 갈채를 한 몸에 받는다. 그러나 패자의 처절한 눈물을 쏟아붓는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세상은 모두가 공평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쪽이 좋으면 어느 한쪽은 나쁘기 마련, 이래저래 얽히고설켜 우주라는 커다란 하나의 배에 실려 떠가는 것이 인생이다.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에 삶의 메달이 깔려 있다. 정치, 교육, 경제, 사회, 문화예술 등에 영광스런 메달의 자리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어느 일정기간 세월이 흘러 종착점에 이르면 금메달을 딴 선수도 노메달의 선수도 모두 그가 타고 왔던 배에서 내려야만 한다. 이런 평범한 진리를 깨달아 금메달을 땄다고 안하무인 한다거나 기고만장해서는 안 되고 비록 노메달 선수라 하더라도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도 안 될 일이다. 금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의 생활에서 올곧은 삶, 금메달다운 인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절대다수는 노메달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에게 맡겨진 일들을 말없이 실천하면서 하늘이 주는 대로 순종하면서 살아갈 일이다.
남미의 어느 대통령은 장기 집권에 눈이 멀어 상대방을 돈으로 매수하면서 근거 자료를 남기기 위해 찍어 놓은 비디오가 오히려 화근이 되어 자기가 쳐 놓은 그물에 걸려들게 되는 일이 발생, 결국 금메달 자리에서 물러나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세상을 손안에 쥐고도 사로(邪路)의 길을 걷다가 애써 딴 메달 빛이 탈색되고 곰팡이가 끼게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칭찬받을 일은 잘 드러나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욕먹을 일은 금방 드러나고 소문이 급속도로 번진다고 한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간혹 금메달을 따고도 노메달을 딴 사람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록 노메달의 사람이라도 금메달을 딴 사람보다 더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이도 있다. 마라톤 선수처럼 차근차근 그리고 끈기 있게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높이 날아 멀리 바라보는 안목으로 바르게 산다면 비록 노메달 인생이라도 오랜 시간 동안 반짝반짝 계속 밝은 빛을 발하는 삶이 진정한 금메달 인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