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첫 시집 ‘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책나물)가 발간됐다. 김천 출신으로 지난해 직지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한 김정숙 시인의 ‘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는 ‘마찰음에 관한 보고서’, ‘슬픔의 연대기’, ‘나무의 키스법’, ‘가을의 난전’, ‘사과의 문장’ 등 87편의 시가 5부로 나눠 편집됐다. 언젠가부터 참나무 한 채를 통째로 빌려서 살았다/ 밥이며 집인 그를 갉아먹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지저개비 다져 입구를 막은 다음/ 열댓 명의 아이를 낳았다/ 잠에서 깨어난 애들이/ 낡은 껍질 벗고 어른이 되도록/ 오래 그 자리에 살았다/ 왕사슴벌레가 다 그런 거지 하면서/ 미안함도 고마움도 모르고 살았다/ 모든 것을 고스란히 내어준 참나무 둥치,/ 아픈 자리를 위로하듯/ 달빛이 한 올 한 올 고여들고 있다 시집 맨 앞에 수록된 ‘달빛 웅덩이’ 전문이다. 구미에서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숙은 시인의 말을 이렇게 썼다. “꽃송이를 안았었는데 까맣게 칠해진 유리병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겉이 되고 누군가는 나의 속이 될 수도 있는 비운 연후에 채울 수 있는 구부러진 유리병, 그 속에 나를 안고 있었던 시가 있다.” “이 시집은 세상의 기준을 허물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사물을, 세상을 본다. 따라서 그녀의 시에서 안과 밖, 흔들림과 멈춤, 후생과 전생, 강함과 부드러움은 서로 반대편에 놓이는 대신 커다란 강줄기처럼 하나로 흘러간다. 그리고 시의 강줄기는 언제나 우리의 삶으로 돌아온다. 이 모든 것을 껴안고 흐르는 우리의 삶에서 결국 슬픔과 웃음은 다른 것이 아니라고, 이 둘은 사실 서로를 힘껏 껴안고 있는 게 아니겠냐고 묻는 듯하다. 그것이 그녀가 말한 “환한 어둠”의 정체가 아닐까. 쓰러진 삶을 부드럽게 위로하는 이 시집에 오래도록 기대고 싶어진다.” 표4글로 수록한 문보영 시인의 추천사 일부분이다. 김정숙 첫 시집은 김 시인의 딸(김화영)이 오랜 기간 편집자로 일하던 출판사를 그만 두고 단독으로 출판사를 차려 처음으로 만든 책이어서 특히 의미가 있다. “편집자라는 직업을 알기 전부터 엄마의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편집자라는 직업을 갖고 수년간 수많은 책들을 만들면서도 정작 엄마의 책을 만들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엄마가 등단을 했어요.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 엄마의 시집을 내야겠다!’하는 마음과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만들고 싶다!’하는 마음이 겹쳐져 이렇게 1인출판사의 대표가 되었답니다. 1인출판사 책나물의 시작, 김정숙 시인의 첫 시집입니다. 김정숙 시집 ‘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는 하드커버 181쪽 분량이며 책값은 1만3천원이다.
시집은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등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