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준 시조집 ‘바람의 노래’(알토란북스)가 발간됐다.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송태준 시인의 ‘바람의 노래’는 ‘바람의 밑줄’, ‘소나기 독법’, ‘달빛 낚시’, ‘바닥 서사’, ‘밥상의 성자’, ‘달동네 스냅’ 등 133편의 시조가 6부로 나눠 편집됐다.
1)잠 산에 묘를 썼소, 꽃불은 언제 지피누// 들뜨면 낭패라니까, 저리 지는 꽃비 보오// 창 안팍/ 베개송사로/ 온밤이 자작댄다
2)우사로다, 난사로다/ 이 나이에 내림굿을!// 지나새나 아등바등/ 시마(詩魔) 몸주 영접하다// 작두날/ 푸른 서슬에/ 혼쭐, 명쭐 다 베일라!
1)은 책 맨 앞쪽에 수록된 ‘봄비’ 전문이며 2)는 두 번째 수록된 ‘늦깎이’ 전문이다.
‘봄비’는 재미있는 대화체 서사가 담겨져 작품의 생동감을 더한다. 장난기 어린 다소 에로틱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이 공감을 높이는 것은 시제가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인 봄의 물 이미지인 데다 “온밤이 자작댄다”는 진술이 감각적이기 때문이다. 안과 밖, 대상과 내면에 그려지는 발화가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늦깎이’ 역시 늦은 나이에 시조에 입문해 밤낮없이 시조 창작에 몰두해온 시인의 간절한 경험이 명징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으로 늦깎이 시인의 애환을 내림굿에 비유해 군더더기 없는 칼날 수사(修辭)로 절창이다.
송태준 시조집 ‘바람의 노래’ 해설은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권갑하 시인이 썼다.권갑하 시인은 ‘근원 응시와 현실 서정으로 빚어 올린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형미학’ 제목의 해설을 통해 “송태준 시인은 남다른 시안과 표현 감각, 세련된 언어로 개성 넘치는 정형 율격의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고 “무엇보다 바닥을 경전 삼는 민초의식과 목숨마저 붓 끝에 두는 선비정신, 암전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밝히는 역사의식으로 튼실한 시세계를 일궈가고 있음은 인상적”이라고 했다.
시인의 말은 권두시와 권미언으로 대신했다.
1947년 김천에서 출생해 금릉초, 김천중, 김천고를 거쳐 서울대 문리대 사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송태준 시인은 1973년 행정고시 합격 후 국무총리실, 경제기획원에서 20여년 공직생활을 했다. 1997년 명예퇴직해 한국신용평가(주) 대표이사 사장, 한신평정보(주) 대표이사 사장,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 KT코머스(주), KT스마트로(주)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2010년 이순도 넘긴 나이에 늦깎이로 시조에 입문해 한밭시조백일장, 공무원문예대전, 님의침묵백일장, 개천문학상 장원 등을 수상하고 2017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한 후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199쪽 분량의 송태준 시조집 ‘바람의 노래’ 책값은 2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