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시집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걷는사람)이 발간됐다. 2012년 ‘시산맥’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한 김대호 시인의‘우리에겐 아직…’에는 ‘생활 연출’, ‘저녁 변검술’, ‘기억의 자전’, ‘어둠의 원본’ 등 66편의 시가 4부로 나눠 편집됐다.
배꼽 주위가 붉게 물들었다// 사과의 출산일이 가까워졌다// 새콤달콤한 양수가 터지면 사과는 황홀한 입맛을 출산한다// 새가 만삭의 사과를 쪼는 것은 사과의 입덧을 가져가는 일// 새콤달콤 생명을 잉태한 계절에 찬바람이 분다// 찬바람은 또한 나무에서 떨어지는 붉은 생명을 받아내는 산파인 셈// 사과밭에 머물던 땀과 피로가 찬바람에 휘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아기의 붉은 울음소리뿐시집 첫 번째 수록된‘사과의 출산’ 전문이다.
시인의 말을 “나는 너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나는 문장을 수정했다// 너는 나다”라고 짧게 쓴 김대호 시집 ‘우리에겐 아직…’해설은 오연경 문학평론가가 썼다.
오연경 문학평론가는 ‘뼈를 더듬어 저녁의 감정을 계산하다’ 제목의 해설을 통해 “김대호의 시에는 견디기 힘든 생활과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이 팽배하지만 그의 불가능한 계산법은 끝내 우리를 저 어둠의 온기와 활기로 내려다 놓는다”고 높이 평가했다.또한 “시인의 계산법은 어떤 정답도 도출해내지 못할 테지만 그가 첫 시집에서 착실하게 빼고 더하고 곱하고 나눈 시 쓰기의 마지막 줄에는 아름답고 희미한 주소가 어른거린다”며 “우리는 이제 시집을 덮고 일어나 김대호 시인이 등록한 ‘이후의 주소’에서 ‘푸른 저녁’을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감문면 출신으로 현재 봉산면 신암리에서 ‘시남’ 커피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대호 시인은 2012년 ‘시산맥’을 통해 등단했으며 그동안 수주문학상, 천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59쪽 분량의 김대호 시집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책값은 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