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집 ‘예수·폭력’(문학들)이 발간됐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문단에 나온 이승하 시인의 ‘예수·폭력’에는 ‘내가 버린 예수’, ‘묵비권’, ‘아침의 역사’, ‘욥이 마침내’, ‘묵념’, ‘밤의 호출’ 등 60편의 시가 3부로 나눠 편집됐다.귀갓길 지하철에서 예수 만난다/ 졸고 있는 내게 다가와 종이 내민다/ 자필로 또박또박 쓴 사연이 아프다/ 믿으시오 믿는 자는 천국에 가리니// 한밤중 뒷골목에서 예수 만난다/ 서 있는 내게 다가와 손 내민다/ 배고파요 천원만 주세요 만원밖에 없어 손사래 친다/ 적선하시오 베푸는 자는 천국에 가리니/ 집 없는 이들은 어디로 가나/ 저마다 몸무게보다 더 나가는 리어카 끌며/ 올라가는 가파른 골고다 언덕/ 땀 흘리는 예수들이 겨울엔 더 많다// 내가 버린 예수/ 매일 만났었구나 매일 헤어졌었구나/ 정신병원에 면회 가도교도소에 면회 가도/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예수 그리스도여이승하 시집 ‘예수·폭력’ 맨 앞에 수록된 ‘내가 버린 예수’ 전문이다. 이승하 시인의 ‘예수·폭력’은 시집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 ‘예수’를 매개로 ‘폭력’의 문제를 다룬 것이 특징이다. “예수에게 행해졌던 폭력과 그 폭력을 사랑으로 갚았던 예수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중동 분쟁은 물론 아우슈비츠, 킬링필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4·19와 5·18 등 역사적 비극과 조류독감·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 핵, 아동성폭력, 세월호 등 사회적 문제를 시로써 고발하고 분노하고 반성하며 위무한다. 이승하 시인은 시구에서 감정의 과잉이나 과장된 수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아픔을 설명하지 않고 비명이 터져 나오는 자리를 보여 준다. 현대사회의 비극에 성경 구절을 병치한 데서 오는 시적 긴장과 신문기사, 사진, 그림, 통계 수치 등을 시에 적극 활용하는 기법이 시의 메시지를 더욱 명징하게 부각시킨다. “예수가 말했던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저는 비폭력주의로 이해했습니다. 폭력을 이긴 사랑, 그것이 기독교 정신일 텐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온갖 폭력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예수가 태어난 땅과 그 근처에서.1993년 ‘폭력과 광기의 나날’을 낸 이후 폭력과 광기가 사라진 세상에 대한 꿈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감시와 처벌의 나날’은 교도소 교화 사업 10년과 정신병원 환자 면회 30년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이 시집 이후 예수에게 행해졌던 집단의 폭력과 그 폭력을 사랑으로 갚았던 예수의 생애를 추적해보았습니다.”이승하 시집‘예수·폭력’에 수록된 시인의 말이다. 이승하 시집 ‘예수·폭력’엔 타인의 해설이나 발문 대신 시인의 고백(‘에필로그’)을 수록했다. “세상은 2천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폭력과 광기의 나날이며 공포와 전율의 나날이며 감시와 처벌의 나날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를 쓰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중앙대 대학원을 졸업(문학박사)한 이승하 시인은 대학에 입학한 해에 10·26사태와 12·12사태가 일어났다. 1년간 휴학한 뒤 복학하자마자 광주에서의 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했으며 고문 정국을 다룬 시로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4·19 때 발포경관이었던 아버지와 5·18 때 진압군으로 광주에 투입된 아들의 이야기를 써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됐다. 시집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폭력과 광기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감시와 처벌의 나날’ 등과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등을 펴냈다. 한국시인협회 사무국장과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151쪽 분량의 이승하 시집 ‘예수·폭력’ 책값은 9천원이다.
최종편집: 2025-05-12 09: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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