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 노을이 골목처럼 걸어오면 지붕 가득 주홍빛 하늘이 노를 젓고어릴 적 굴뚝 연기는엄마 도마소리에 활짝 보조개를 얹는다지금도 이명처럼 들려 오는 길모퉁이 앞섶에 엄마의 저녁 짓는 소리애호박 꽈리고추 하나씩 따내 오듯애간장 쌓아 올린 밥상엔 마음 한 상 눈물이다대서 지난 귀또리 소리 별밤을 버물고염천 장독대 소금꽃의 엄마 향취에달맞이꽃 설악초는 밤새 불면을 발효한다엄마는 기다림을 묻어둔 저녁이 얼마나 간절했나한숨의 날을 아궁이로 태워 가며자식이 눈에 밟혀 울타리를 홀친 생애가서성이는 바람들을 꿈속마저 보듬을까오늘도 당신이 꽃피운 자리에아내의 도마소리 그 저녁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