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춤사위에도 온몸이 반짝이는 금속성의 이 몸은 깨지지 않는 은빛 토르소다 유리섬유처럼 잔잔히 흩날리는 냄새 없는 꽃가루들의 축제 내 영혼의 눈동자와 사람의 눈동자가 사랑을 나눈다 북극성 불빛이 입간판의 전선을 타고 들어와 정수리에 박히면 나는 허공에 떠도는 도시의 먼지들을 비춘다 카드도 페이도 없이 기억을 빌리러 온 이방인의 가방을 비춘다 이별의 운명은 잊은 채 베사메 무초를 부르는 연인의 입술을 비춘다 마네킹의 발등 위에 놓인 표지 없는 책등을 비춘다 계절 잃은 가죽 재킷의 검은 등골을 비춘다 배터리가 다 되어 가듯 내 몸의 골간에선 무언가가 잉잉댄다 멀리 달아나려는 할리데이비슨의 엔진처럼 시간의 날개를 잃은 채 아무 때나 속삭이는 뻐꾸기시계처럼 시스템 온풍기 앞에서 속수무책 펄럭거리는 실크 스카프처럼 숨길 수 없는 술기운들이 깃털마저 버거워 하며 털썩 주저앉을 때 헐렁한 옷깃이 촘촘한 옷소매를 파고들어 전구색 불빛이 주백색 불빛을 휘감을 때 가느다란 나의 얼굴은 환청이 환상통에 속는 가상현실의 싱크홀 흔들리는 공기에 휩싸인 나의 하루는 또 다른 내일로 가는 뫼비우스의 띠
*김천 출신 김종태 교수는 현재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