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작은 씨앗 하나가 있어까만 머루알 같기도 하고 방과 후 교실에서 마주쳤던 쬐만한 생쥐의 눈 같기도 한가슴 속에 넣어두었지책갈피에 꽃잎 끼우듯 가슴 섶에 넣어두고생각날 때마다 들여다 보곤 했어이젠 이 씨앗을 흙에 심으려 해 보드라운 흙과 습기를 품은 씨앗이 까만 껍질을 열고연둣빛 어린잎과 여리고 긴 뿌리를 내리는 걸 지켜볼 거야누군가 그랬지 산돌에 쌀뜨물을 길어다 부으면 단단한 돌이 자라나반짝이는 수정이 된다고몇 날을 길어다 부어도 꼼짝하지 않아 포기했던 어릴 적 그 꿈을나는 다시 시작할 거야언젠가 아주 언젠가 말이야하얀 사과꽃이 필 그날그날을 기다릴 거야꽃이 피지 않아도 괜찮아날마다 쌀뜨물을 길어 부어주며 지켜보는 날들이 아름답게 빛나는 수정이란 걸 이제는 아니까*산돌 : 석영의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