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풀다가 또르르 굴러 나오는 자두 서너 알 암탉 잡아 펄펄 끓는 양동이에 담가 털 뽑던 아재, 여름날 마당에 내리쬐는 햇볕은 웃통을 훌러덩 벗은 아재의 등때기를 달궜다 그 너머 자두밭이 있었던가 빨간 궤짝에 어린 나를 앉히고 아재는 경운기를 몰았다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시는 아재, 매미 울음이 막걸리 마신 얼굴처럼 불콰해졌다 그럴 때마다 자지러지게 붉어지는 그 자두 감천 내 지나 아랫장터 공판장 자두 한 상자 이천 원, 모깃불 마당에 천 원짜리 돈 멍석 깔리던 날, 영농자금 대출상환 고지서와 오남매 자식들 등록금 고지서도 막걸리에 젖어 있었다 초곡 당산 자두밭에는 빈 막걸리병과 농약병이 풀과 함께 자랐다 그 아래로 네모난 상여집이 어둑하게 보이는 곳, 아재의 금니빨 윗니는 자두나무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를 아재라 불렀다 자두를 만지작거리다가 먹다 만 도시락을 덮어 버렸다 도서관 창문에 저녁놀이 으깨져 뚝뚝 과즙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최종편집: 2025-05-11 06:11:37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제호 : 새김천신문주소 : 경상북도 김천시 시민로 8, 2층 대표이사 발행 편집인 : 전성호 편집국장 : 권숙월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희연
전화 : 054-432-9100 팩스 : 054-432-9110등록번호: 경북, 다01516등록일 : 2019년 06월 25일mail : newgim1000@naver.com
새김천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새김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