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남 시집 ‘맨발에게’(도서출판 작가)가 발간됐다. 2015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한 박화남 시인의 ‘황제펭귄’에 이은 두 번째 시집 ‘맨발에게’는 ‘봄을 수선하다’, ‘연애 좀 혀’, ‘겨울 파일’, ‘달의 체위’ 등 67편의 시조가 4부로 나눠 편집됐다. 각 부마다 독특한 제목을 달아 눈길을 끈다. 1부 ‘한 걸음 살아있을 때 발은 발을 맞춘다’, 2부 ‘어제 먹은 사치와 두 젓가락 매운 거짓’, 3부 ‘흔적이 마를수록 사람들은 오래 아팠다’, 4부 ‘누군가 받쳐주는 일 알면서도 못했다’는 제목을 달아 다채로운 시인의 시세계를 담아냈다.아내가 씻어준다는 남자의 낡은 두 발/ 구두 속의 격식은 언제나 무거웠다/ 이제껏 바닥만 믿고/ 굳은살로 살았다// 손처럼 쥘 수 없어 가진 것이 없는 발/ 중심을 잡으려고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바닥의 깊이를/ 모른다는 그 남자// 하루를 감아온 발 물속에 풀어낸다/ 뒤꿈치 모여있는 끊어진 길 닦으면서/ 아내는 출구를 찾아/ 손바닥에 새긴다// 바닥을 벗어나려고 지우고 또 지워도/ 이 바닥이 싫다고 떠난 사람이 있다/ 맨발은 그럴 때마다/ 저녁이 물컹했다표제시조 ‘맨발에게’ 전문이다.
해설은 손진은 시인이 썼다.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손진은 시인은 ‘삶의 구체성과 눈부신 이미지, 그리고 낮은 자리의 미학’ 제목의 해설 시작 부분을 이렇게 썼다.“박화남은 언어를 ‘엮고’ ‘풀고’ ‘다스리는’ 역량과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혜안이 돋보이는 시인이다. 대상에 대한 깊은 사유와 오랜 숙성을 거친 후에 빚어내는 심미감 넘치는 선명한 형상화는 언어에 대한 예각으로 시 읽는 맛을 싱그럽게 출렁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해설 마지막 부분에서도 박화남 시인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고유의 양식 아래 제법 두터워진 성과물들을 내왔음에도 시조라는 ‘오래된 책’의 한 켠에 귀를 기울이면 여전히 “너 어떻게 살아 있어? 하고 싶은 말은 뭔데?”라는 음성이 나직이 배어 나온다. 그때 ‘살펴 봐. 나의 매직(magic)의 끝은 제목에 있어. 나의 시는 낮은 자리, 세상 갈(渴)한 영혼의 입술을 적시는 중이야’라고 말하는 어떤 영혼의 음성을 들었다. 돌아보니 박화남이었다.”
김천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박화남 시인은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에 이어 2022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집 발간지원 사업에 선정됐으며 같은 해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우수상, 중앙일보 중앙시조신인상을 수상했다.작가기획시선으로 발간된 ‘맨발에게’는 117쪽 분량이며 책값은 10,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