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85세) 시집 ‘낮달 속에 피는 꽃’(조은디자인)이 발간됐다. 남산공원길 30-2에서 꽃을 가꾸며 시를 쓰는 아마추어 시인 김영옥의 ‘오지 않는 나비’(2017년), ‘오래된 단지’에 이은 세 번째 시집 ‘낮달 속에 피는 꽃’은 ‘햇살의 마음’, ‘꽃 풍년’, ‘고추농사’, ‘겨울 산’, ‘무명 순교자’ 등 119편의 시가 5부로 나눠 편집됐다.
어휴, 이젠 사진 안 찍고 싶어요/ 요즘은 거절하기에 바쁘다/ 뭔가 남기기를 좋아하던 내가/ 무엇이 두려워 피하게 되었나/ 옛 앨범을 꺼내본다/ 젊은 내가 이웃들과 풋풋하게 웃고 있다/ 더듬어보는 추억들 앞에서/ 지금의 늙은 내가 주눅이 들어있다/ 쓴웃음 지으며 한두 장 넘기다 보니/ 잘 자라 가정 꾸린 자식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의 모습 부정하지 않으면/ 텅 빈 가슴도 사진에 잘 나오겠지/ 내일부턴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서야겠다 김영옥 시 ‘사진찍기’ 전문이다.
머리글 역시 그의 진솔한 삶과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멀리 가지 못하는 다리와 밝지 못한 귀, 침침한 눈을 달래며 낮달 속에 피는 꽃들을 본다. 가난한 마음에 드나들던 사연들 선물처럼 차곡차곡 쌓이고 보여주기 싫은 속살들이 삐죽이 밖으로 나올 때 나는 겁도 없이 또 일을 저질렀다. 시집을 내자고 걸어온 길 아니었지만 막상 책을 엮을 때마다 가슴은 두근거렸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라 따뜻한 분들 대할 때면 얼굴이 달아올라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후기는 아들과 두 딸이 썼다. “오늘따라 유난히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사십여 년의 그리움 속에 사셨을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세상 그 어떤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말, 가장 아름답고 포근하며 순수한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 속에 머무르게 하는 힘, 늘 그립고 마음 짠하게 하는 말 엄마! 흘러가는 시간 속에 그리움 엮어 만든 엄마의 세 번째 시집, 그냥 지나가는 세월인 줄 알았는데 그 세월을 마디마디로 남긴 엄마의 글들 속에 그저 죄송한 마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이하 생략>” -아들 최용석
“마당에 활짝 핀 꽃들과 아침저녁으로 소곤소곤 귓속말하는 꽃을 너무 좋아하는 울 엄마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그 아름다운 시간으로 외로운 삶을 녹여내고 자식들의 빈자리 채우시나 봅니다. 엄마,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합니다.”-큰딸 최경희
“난 이 세상에서 울 엄마가 젤 이쁩니다.”-막내딸 최경숙
김영옥 세 번째 시집 ‘낮달 속에 피는 꽃’은 141쪽 분량이며 책값은 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