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연구서 ‘현대시조와 리듬’(소명출판)이 발간됐다.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보람 연구서 ‘현대시조와 리듬’은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정형률-자유율로의 전환에서 전근대적이라 비판받으며 비교적 소외되고 있는 정형률을 체계적으로 재탐색했다. 특히 리듬을 시적 영역 안으로 포섭해 시조의 가장 핵심적인 조건인 정형에 대한 물음을 공유하고 있다. 이로써 현대적인 미의식에 맞게 개성 있는 표현력으로 재창조해 내는 현대시조 창작 주체들의 작품세계를 점검했다.
2장에서는 ‘정형률(整形律)’이라는 시조의 잠재적 리듬을 살피면서 김상옥의 시세계를 들여다봤다. 김상옥은 반근대성이 내세우는 존재 가능한 양식의 확장이 우리 시대 시조의 가능성을 얼마나 열어주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김상옥은 시조와 자유시를 장르적 구분 없이 수용하면서 자유로운 형식의 개성 있는 변주를 실현했는데, 이러한 문제의식은 궁극적으로 현대시조의 정형률, 즉 리듬에 대한 탐구를 가능하게 했으며 기존에 답습해 왔던 정형의 문제를 재점검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3장에서는 시조 형식의 장형화를 잠재적 가능성으로 탐구한 윤금초의 시세계를 확인했다. 그는 현대시조의 탈격이나 변격의 흐름이 현대시조 내재적 리듬소와 연결된다는 점을 공유한다. 윤금초의 장형화 실험은 시조의 양식적 확장을 시사하는 것인데, 이때 시조의 사설성이 열린 시조를 지향하는 새로운 리듬임을 강조한다. 바로 폭넓은 융통성을 가진 시조의 형식이 사설시조, 엇시조, 옴니버스시조이다. 이는 시조의 규범적 리듬을 자율적 리듬의 실현으로 이끌어낸다.
4장에서는 다양한 형식 변주와 단독성의 리듬을 구사하기 위해 현대시조의 의욕적인 변화를 주도한 박기섭의 시세계를 추적했다. 박기섭은 시조에 상징적 기호를 형상화하면서 시각적 이미지가 발현해 내는 시각률에 관심을 가졌다. 이때 강조되는 시각 은유는 시조의 관습적인 틀을 깨고 활성 에너지를 주도하면서 리듬의 문제를 본격화한다. 특히 시조의 형에서 파악되는 상호 관계의 기능은 시조 형식의 폐쇄성이 지닌 한계를 극복해 낸다.
5장에서는 현대시조의 리듬과 의미 지평을 역설하며 현대시조의 리듬이 규칙과 불규칙, 변형과 변화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따라서 현대시조는 개별 시인의 개별 작품을 추동하는 핵심적인 원리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점검하며 현대시조가 지닌 미적 특질의 요체는 개별 시인과 개별 작품에 나타나는 새로운 리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문학 연구의 장에서 시조는 전통 장르라는 고답적이고 고루한 인식에 매몰돼 내용과 형식의 통일체로 리듬론을 살피지 못했다. 그러나 김보람 시인의 ‘현대시조와 리듬’에서는 시조의 형식 또한 내용과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시조의 정형이 형식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을 주조한다는 점에 의거해 다양한 현대시조의 시형을 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천 출신으로 고려대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한 김보람 시인은 시집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과 대학교재 ‘질문하는 시민과 예술의 y’(공저)를 발간했다. 김보람 시인은 제10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을 수상하고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망작가 선정,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현재 성신여대, 을지대, 한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김보람 연구서 ‘현대시조와 리듬’은 320쪽 분량이며 책값은 27,5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