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바다를 유영한 죄로HACCP(해썹) 그물에 걸려 잡혀 온아이만 한 방어 한 마리가올레 시장 유명횟집 수족관 앞레드카펫 위에 내동댕이쳐진다곧이어 판매 효과를 노린 듯한 젊은이가고무망치로 대방어 머리를 두세 번 강타한다 흰 눈 위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처럼퍼덕임을 멈추고 피를 흘렸다번호표를 받아 대기 중이던 사람 중엔순식간에 벌어진 현장을 보며관광의 부역자가 되기도 하고못 볼 것을 본 목격자가 되기도 한다 돌아오는 길에 서귀포 어느 주유소에 걸려있는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한 제보를 기다린다는 현수막을 본다곶자왈 무너진 동굴엔 아직도 내려오지 못한 사람들이희미한 흔적의 돌담 너머를 살피고 있다궁핍한 시대의 마른 소가 쇠기둥에 매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