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시집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시인동네)이 발간됐다.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김보람 시인의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에 이은 세 번째 시집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은 ‘밤의 서점’, ‘태어나는 계절’, ‘타인의 방’, ‘우울의 복습’ 등 67편의 시조가 4부로 나눠 편집됐다.하루 지나 반백년/ 오늘 가장/ 먼 사람// 머나먼 행성처럼/ 돌아오기 벅찬,// 출입구/ 가득한 미래/ 출발은 쓸쓸한 거야// 부풀린/ 낙하산처럼/ 공중을 떠도는// 쓸모없는 시도들과/ 짓궂은 양 떼와// 소소한/ 자정의 안부/ 되물을 수 없다표제시조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전문이다.시집 해설은 강웅식 문학평론가가 썼다.강웅식 문학평론가는 ‘어떤 연금술에 대하여’ 제목의 해설을 통해 “김보람의 시는 세 개의 장을 한 행으로 이어 붙여 놓거나 열두 행으로 나눠 놓거나 하는 적극적이고 과격한 변형의 경우이든, 또는 ‘3장 6구’로 이뤄진 시조의 전형적인 형태에서 각 장을 각각 한 행씩 띄워 놓는 소극적이고 온건한 변형의 경우이든, 각각의 시편은 애초에 그것을 촉발시킨 어떤 시적 직관이나 시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 같은 그 나름의 고유한 형태를 취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보람 시인의 시조는 읽는 재미가 있다. 정형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틀에 갇혀 있지 않으며 도발적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정형을 뛰어넘는다. 정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보람 시인이 보여주는 언어의 연금술에 주목해 보자. 현대 시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조시인 김보람의 새 시집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에 실린 작품들을 시조의 형식 규격, 가령 3‧4‧3‧4‧3‧5‧4‧3의 음수율 안에 구겨 넣어 감상을 시도하는 순간 스텝이 꼬이게 된다. 시조 형식을 의식하는 만큼 정작 작품의 의미, 이미지와는 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음보(音步) 분별을 그만두고 현대시, 자유시처럼 끊김 없이 읽어 내려가면 무언가 다르다. 그런데 김보람 시인의 새로움은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단순히 행갈이‧연갈이의 변형이 새로움의 전부는 아닌 듯하다.​“계절의 자막을/ 끝내 읽지 못해도// 붉은 것은/ 붉은 것// 흔들리지 말자// 열에서/ 하나를 덜다/ 아홉을 파묻은 자리”​‘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20쪽에 수록된 ‘0’전문이다. 메시지는 분명치 않다. “자막”을 ‘교훈’이나 ‘전언’쯤으로 읽으면 계절 변화에 혹은 사랑의 생로병사에 아무리 둔감한 화자일망정 붉은색을 붉은색이 아니라고 우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화자는 하나를 덜어내려다 무려 아홉을 잃은 사람이다. 그래서 0이라는 것일까. 중요한 건 이런 산수가 아니다.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을 수상한 김보람 시인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을 받아 발간된 시집‘이를테면 모르는 사람’은 123쪽 분량이며 책값은 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