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나는 천재였다주산식 암산을 일찍 배워백만단위 열 줄을십 초 내에 계산해 답이 나오는 신통한 학생으로 이름을 날렸다135개나 되는 알을 집중할 필요가 없다그 많은 알에 집중할 수도 없다한 알만 집중해도 천이 되고 억이 된다필요한 알만 골라 굴리면 되니까 모르는 사람들은 천재라고 말할 수 있겠다그런데 요즘 들어 알들의 배반이 시작되었다한 알 한 알 붙잡으려 애를 써도말썽을 부리다가 도망가기 일쑤다나이 들어 찾아간 직지사 인연주산 알 닮은 108 염주 알을 들고이십 년이나 들락거렸지만 쌓인 업 탓인지 염주 한 알의 답도 얻지 못하고 있다어쩌겠는가 집중해도 배반하는 알들을 그저 내 곁에 머물러 줄 착한 마지막 한 알을 기다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