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남긴 불발탄이 터져열 손가락 중 다섯이 성치 못한아버지는 군 미필자다단명하는 집안이라 환갑까지 살면 원 없다던말이 씨가 되어 환갑상 받은 다음 해 돌아가셨다그 당시 건설단에서 익힌 이발 솜씨로다섯 남매 머리를 평생 깎았는데큰 거울이 달린 이발소에서머리 한번 깎아보는 게 소원이었다남다른 손재주에 음주가무 노름도 잘해서엄마 속도 잘 태웠다손 때문에 불편해한 일 본 적이 없었는데오일장에 다녀온 어느 날재미난 이야기가 있다고 우리 불러 앉히고는만원 버스 천정 손잡이를 잡으면사람들이 슬금슬금 물러나니 금세 자리가 넓어진다며그 손가락 덕분이라 껄껄 웃었다요즘우리와 실뜨기하던 그 손이 자꾸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