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련(76세)씨가 ‘문학예술’ 제77회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 등단을 했다. ‘문학예술’ 2021년 겨울호에 ‘노란 화살표’, ‘몬스테라’, ‘그 연못가 갈대’ 등 3편이 당선돼 시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그래요/ 뭐 그렇게 대단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영혼 밑바닥에 침전된 감정을/ 휘저어 씻고 행구면/ 버리기엔 아깝고/ 누굴 주기엔 더욱 아닌/ 마른 안개꽃 같은 걸// 남은 여정/ 어느 모퉁이 쯤/ 작은 돌확 하나 놓고/ 맑은 물 반쯤 채워/ 부레옥잠처럼/ 띄워둘까 하구요// 그것도 아님/ 낡은 나무이정표 밑에/ 노란 화살표로 달든가요
당선작품 ‘노란 화살표’ 전문이다.
심사는 장윤우·이일기·권숙월 시인이 맡았다.이들 심사위원들은 “당선작 세 편 모두 감각이 참신하고 시어 구사능력 또한 뛰어나다”고 높이 평가하고 “연령이 높은 사람들의 시에서 흔히 나타나는 진부함이 배제돼 있고 상투적인 표현 또한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다.심사위원들은 또한 “김춘련 시인은 어떤 소재든 시로 형상화하는 능력이 엿보인다. 시에는 이야기가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 참된 마음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앞으로 치열한 시 정신에 의한 시 공부로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감동할 수밖에 없는 시다운 시 많이 써주시기 바란다”고 격려했다.김춘련 시인은 당선소감을 이렇게 썼다.
“늦게나마 눈길을 밖으로 돌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나의 시선은 밖이 아니라 항상 속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에 결핍이 많아 자주 자신과 불화하고 편하게 놔두질 못했습니다. 소심하고 까탈스럽고 자존감은 낮아 남의 뒤에서 서성이는 내가 늘 못마땅했습니다. 나의 나이 저녁노을이 슬퍼 보이는 즈음인데 이제 좀 나를 헐겁게 시의 행간만큼이라도 여유를 주고 싶습니다.…<중략>…내 인생의 끝자락을 선물 같은 날들이 되게 해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느려도 행복한 거북이처럼 천천히 이 길을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독교총회신학교를 졸업하고 홀트아동복지회에 이어 김천대학교 교직원으로 재직하고 퇴직한 김춘련 시인은 김천문화학교 문예창작반과 김천문학아카데미 시·수필반에서 다년간 수강하며 시 창작 수업을 해왔다. 김춘련 시인은 여울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동인시집 ‘시소리 마을’, ‘여울의 노래’, ‘그치지 않는 여울물’등에 작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