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한적하던 김천종합운동장 일대가 붉은 함성으로 물든다. 유니폼을 맞춰 입은 가족, 머플러를 목에 두른 아이들. 맞대결을 펼치는 상대에 따라 서울, 대전, 대구, 광주, 포항 등 전국팔도에서 모여드는 수많은 원정 응원단까지.누군가는 이를 단순한 ‘축구 경기’라고 부르겠지만, 이제 김천 시민에게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일상이 되었다. 주말의 의미를 바꾸어 놓은 변화였다. □ 김천상무 돌아보기, 창단부터 두 시즌 연속 K리그1 3위까지2020년 7월 10일, 경상북도 김천시와 국군체육부대 간의 연고지 협약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사단법인 김천시민프로축구단’을 설립했다. 이후 12월 17일, 구단명과 엠블럼, 김천시 도시 슬로건과 상무 구호를 결합한 슬로건 ‘HAPPY 김천 TOGETHER 상무’를 공개했다.이듬해인 2021년 김천상무는 비로소 세상에 태어난다. 김천상무는 초대 김태완 감독 선임, 1월 15일과 28일 연령별 팀 U15 문성중학교와 U18 경북미용예술고등학교를 창단했다. 마침내 2021년 2월 23일, 김천상무프로축구단은 김천종합운동장을 홈 경기장으로 하여 유니폼과 마스코트 ‘슈웅’의 공개와 동시에 공식 출범을 선포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창단 첫해, 김천상무는 곧바로 K리그2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승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도시의 자부심이 되었다. 시민들은 ‘우리 팀’이 이기는 경험을 함께 나누며 하나로 묶였다. 그해의 우승은 김천이 프로스포츠 도시로 도약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2022년은 도전의 해였다. K리그1이라는 더 높은 무대에서 김천상무는 치열한 경쟁을 마주했다. 비록 강등이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지만, 결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 쌓였다. 무엇보다 2022년 월드컵 대표 선수를 배출하며 전 세계에 김천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김천에서 경기를 뛰던 선수가 세계 무대를 누비는 장면은 시민들에게 큰 자부심을 안겼다.지역의 팀이 세계와 연결되는 순간, 김천은 더 이상 작은 도시가 아니었다. 축구는 도시의 경계를 넘어 시민의 꿈과 맞닿았다.2023년, 김천상무는 다시 한 번 K리그2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승격과 강등의 부침 속에서도 팀은 흔들리지 않았다. 두 번째 우승은 우연이 아닌 실력이었고, 시스템이었다. 이 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팬프렌들리 클럽상’ 수상이다. 경기력뿐 아니라 팬과의 소통, 지역 밀착 활동,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인정받은 결과였다. 구단은 경기장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았다. 학교로, 마을로, 행사장으로 시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축구단이 도시의 공동체를 확장하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2024년과 2025년, 김천상무는 K리그1에서 2시즌 연속 3위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순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경기장은 매 라운드 긴장과 환호로 가득 찼고, 팀은 지역의 상징이 되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잘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축구는 자신감이 되었고, 공동체의 자존감이 되었다.□ 너와 나, 우리 가족의 연결고리, 축구라는 이름으로 하나되는 우리구단의 진정한 성과는 따로 있었다. 두 번의 우승, 팬프렌들리 클럽상, K리그1 2시즌 연속 3위 보다 더 값진 것은 축구로 하나되는 행복이 찾아왔다는 점이다.창단 이전, 시민들이 프로축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시간과 비용의 제약은 문화 향유의 장벽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김천의 주말은 달라졌다. 김천에서 K리그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여가의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것은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김천상무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넘어 ‘함께하는 경험’을 선물했다.경기 당일, 인근 상권은 활기를 띠고, 운동장 주변은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 경제와 문화 흐름을 함께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다. 아이들은 선수의 이름을 외치며 꿈을 키우고, 부모는 자녀와 같은 팀을 응원하며 추억을 쌓는다. 축구는 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또, 하나로 만드는 매개체가 되었다. 지난 2024년 김천상무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최종전이 열린 김천종합운동장에서 특별한 장면이 나왔다. 이언영 가족과 이지혜 가족의 시축이다. 두 가족이 시축에 참여한 계기 역시 특별했다.이언영 가족은 김천상무의 유명한 서포터즈로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찾아 열정적인 응원을 보낸다. 축구는 이언영 가족에게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가족을 하나로 만드는 매개체다. 이언영 씨는 시축을 마치고 “몸이 불편한 딸이 축구 덕에 한 해 동안 행복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올 한해 김천상무 덕에 온 가족이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김천상무의 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있다. 김천시와 상무가 계약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꼭 시민구단으로 전환해서 가족들과 함께 근처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축구는 이지혜 가족에게도 큰 힘이 됐다. 이지혜 가족은 아빠와 엄마, 아들 지후로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장을 찾는다. 축구는 힘든 시간을 이길 수 있도록 도운 원동력이 됐다. 찾아온 새 생명, 비록 잠시 머물다가며 마음 아픈 날을 보냈지만, 가족은 김천상무를 응원하며 축구를 통해서 활력을 얻었다. 이어 다시 한번 새로운 생명이 찾아오는 기쁜 소식까지 접했다.이지혜 씨는 시축 후에 "가족이 함께 응원하는 김천상무와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기쁘다. 상무가 곧 다른 도시로 옮겨갈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꼭 시민구단이 만들어져서 김천시민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족들에게 함께 가족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천에 만들어진 프로축구팀은 그렇게 김천의 주말을 바꾸고 가족을 뭉치게 하며 ‘축구로 하나되는 행복한 김천’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종편집: 2026-06-20 13: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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