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선생이 계간 ‘문학예술’ 제83회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 등단을 했다. ‘문학예술’ 2023년 겨울호에 ‘사과 팝니다’, ‘그 시절’, ‘고추 이야기’ 등 3편이 당선돼 시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사과 팝니다”/ 산동네 길가 무인판매대/ 작고 못생긴 사과/ 크고 잘생긴 사과가/ 소쿠리와 박스에 따로따로 담겨있다// “사과 맛보세요”/ 못난이 사과와 칼 뒤에/ 투박한 글씨로 써놓은 정찰가격/ “돈은 통에 넣으세요”/ 화살표가 안내한다/ 박스에 구멍 낸 허술한 돈통/ 누가 가져가면 어쩌나// 안내문도 옆에 있다/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합니다/ 궁금한 분은 연락하세요”/ 휴대폰 번호와/ 계좌번호가 적혀 있다/ 지킬 사람이 없나보다// 크고 맛나 보이는 사과 한 박스/ 승용차에 싣고 전화를 했다/ “제일 좋은 사과 사갑니다/ 값은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맛보기 사과 두 개 가져갑니다당선작품 중 한 편인 ‘사과 팝니다’ 전문이다.
심사는 장윤우‧이일기‧권숙월 시인이 맡았다.심사위원회는 정현숙의 작품에 대해 “과거와 현재, 시간과 장소는 각각 다르지만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사실을 쉽고 재미있는 시, 그림이 그려지는 시로 썼다”며 “시의 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 예사로 보아 넘길 사실을 공감이 가는 시로 써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느껴진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한 “정현숙 시인은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에 상상력을 더해 꾸밈없이 진솔하게 시를 써 좋은 시인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고 평하고 “치열한 시 정신에 의한 다양한 체험과 상상력, 사물에 대한 깊은 관찰력으로 참신하고 완성도 높은 시 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주시기 바란다”고 결론지어 말했다.
정현숙 시인은 당선소감을 이렇게 썼다. “시를 쓰고 싶다는 갈망은 있었지만 문학을 전공하고 글쓰기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선뜻 펜을 잡지 못했습니다. 중학생 때 뒷집 남학생이 유치환의 ‘파도야 어쪄란 말이냐’ 시를 보내온 후 시를 좋아하게 됐고 때때로 보내오는 김소월의 연시(戀詩)를 외우며 감상적인 소녀가 되기도 했습니다. 교사시절 수업 시작 전 학생들과 봄이면 ‘진달래꽃’, 가을이면 ‘국화 옆에서’ 시를 읊으며 수업했던 지난날이 떠오릅니다. 시가 좋아서 읽고 외우기만 하다가 시 농사를 짓는 초보농부가 돼 이제 첫발을 떼려합니다. 시에 있어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지만 언젠가는 뛸 수 있다는 꿈을 안고 그날까지 묵묵히 가겠습니다.” 1955년 충북 영동에서 출생한 정현숙 시인은 상주여고, 김천여고, 김천여중 등에서 교사로 38년 근무 후 정년 퇴임했다.
정현숙 시인은 김천문화원 문화학교 시창작반, 백수문학관 문학아카데미 시·수필반에서 수강하며 텃밭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